일반적인 직장인의 경우, 노후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연금은 대부분 국민연금, 직장에서 일하며 적립한 퇴직연금, 개인적으로 가입하여 모으는 개인연금이 있다. 사전지정운용제도, 또는 디폴트옵션은 이 중 퇴직연금에 적용되는 새로운 제도이다. 디폴트옵션은 운용 수익이나 손해를 근로자 개인이 책임지는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한정해서 적용된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으로 운용된다.

 

지난 11월 2일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전 금융권 사업자는 220개 상품 심사를 신청하고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상품 165개를 승인했다. 각 사별로 실제 적용까지는 시스템 업데이트 등의 요인으로 시간이 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의 도입은 많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노후생활보장에 큰 영향을 주는 변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기존 퇴직연금계좌들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되어 1{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 남짓한 저조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30년 정도의 긴 기간 동안 굴려도 액수가 크지 않은 것이다.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면 약간의 추가적인 리스크를 감수하지만 저조한 수익률을 탈피하여 보다 풍족한 노후 생활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퇴직연금이 도입되기 전에는 퇴직금이라 하는 거액의 일시금, 또는 목돈을 퇴직 후에 회사가 근로자에게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위험이 존재한다. 첫번째 위험은 퇴직금을 회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원칙대로라면 근로자에게 지급하기 위한 퇴직금을 따로 적립하거나 저축해두어야 하지만, 담당자가 횡령, 유용하거나 의사결정자들이 임의로 지급을 하지 않거나 늦게 지급할 위험이다. 실제로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담당자들이나 경영주들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횡령, 또는 지급 지연한 사례들이 뉴스에 종종 나오곤 했다.

 

두번째 위험은 근로자 자체의 위험이다.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았지만 사기를 당하거나, 과소비 또는 무리한 투자 등 잘못 운용하여 돈을 날릴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평생 해온 일보다는 안해봤던 자영업, 투자 등에 돈을 넣으면서 돈을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퇴직연금은 일시금의 형태로 거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연금의 형태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일정금액을 죽을 때까지 꾸준히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퇴직연금의 지급은 회사와 계약을 맺은 제3의 수탁사(대부분 금융사)가 대신 보관 및 지급하며, 월지급의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위험이 최소화될 수 있다.

 

평생을 일해서 모은 소중한 퇴직급여를 지키면서 노후생활의 자금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국민연금 이외에 퇴직연금이 매우 중요한 돈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퇴직연금에 관심을 가지고, 그 퇴직연금을 효과적으로 지키며 불려줄 수 있는 디폴트옵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고재량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