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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투자의 창] 오래 전 기사가 투자 내공을 키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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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6-15 | 작성자 | 관리자 |
바둑이 끝나고 패인을 살피는 과정이 복기다. 승부는 이미 가려져 패자는 속이 쓰릴 텐데 굳이 복기하는 이유는 패착을 찾아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사는 자기 실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투자 안목을 키울 수 있다. 투자 실력은 몇 권의 책을 보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 경험으로부터 배울 때가 많다.
지난해 11월 말 기사에 따르면 국내 18개 증권사가 제시한 2022년 코스피 전망치는 2650~3600선이다. 현실은 연초에 종가 기준으로 2989의 최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하반기 반등을 예측했고 연말까지 시간이 있으니 올해 최고치는 기다려봐야 안다. 하지만 이미 6월 13일에 코스피지수가 2504를 찍었으니 적어도 최저치 전망은 빗나갔다. 만약 투자자가 이 예측을 믿고 투자했다면 틀린 이유를 한번 파악해 봐야 한다. 기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높은 물가상승률이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하반기에는 반등이 찾아올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하지 않고 단기간 해소될 것이라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하락 추세는 1분기 내로 마무리 될 것이고 선진국의 긴축 속도와 원자재 가격 하락, 달러 강세 등이 이 시기의 리스크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달러는 강세였지만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올랐으니 전망이 반만 맞았다. 바둑과 달리 투자는 끝나는 시점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복기를 통해 궤도 수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비판받을 것이 뻔한 데도 증권사가 전망을 발표하는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절박할수록 수요는 커지는데 선거 철에 점집 문턱이 닳는 것을 보면 된다. 피 같은 내 돈이 걸린 자본시장만큼 절박한 곳은 별로 없다.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해 예측을 한다고 항상 맞추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예측이 크게 빗나갔을 때 실력이 없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남의 주장을 취사 선택했을 때 그에 따르는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나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대의 의견을 채택하는 것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금은 인플레이션에 강한 자산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는 더 유망하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가 금의 경쟁자라고 여긴다. “연준, 인플레 못 잡는다. 금값 큰 폭으로 오를 것”, “올해 금 투자 금물. 금리 인상 여파로 ‘디지털 금’ 비트코인에 밀려”, “외화 고갈된 러시아, 금 매도 폭탄 전망. 금값 하락 불가피”. 모두 올해 나온 기사다. 엇갈리는 의견 중 어느 쪽을 선택했든 연말에 기사를 다시 찾아 읽어보길 바란다. 투자를 하면 숱하게 실패를 겪는다. 이로부터 배워야 깊은 내공을 얻게 된다.
(본고는 6월 14일 서울경제 [투자의 창]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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