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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BN 칼럼] 자녀에게 경제적 자립교육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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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6-07 | 작성자 | 관리자 |
노후설계와 관련된 외국서적을 읽다보면 자녀리스크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아니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무슨 리스크 요인이란 말인가. 본인이 아무리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벌었다 하더라도 자녀문제로 인해서 노후에 큰 고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결혼한 자녀가 갑자기 찾아와서 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다고 손을 벌리면 어떻게 하겠는가? 자녀가 커갈수록 손을 벌리는 자금의 규모도 커지고 리스크도 그만큼 커진다.
이러한 자녀리스크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강의를 하러 한 지방도시에 갔다가 복지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요즘은 자식 없는 노인 분들이 차라리 속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고 생활이 어려울 경우에도 자식이 없는 분들은 요양시설에도 들어갈 수 있고 정부로부터 지원금도 받아 살아가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문제는 꼭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도 자식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도와드리려고 조사를 해보면, 자식들이 부모 명의로 외제차를 산 뒤 할부금을 갚지 않고 있거나, 부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내어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서 잠적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2021년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결과에 의하면 20세 이상 인구중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비를 마련한 사람은 314만명으로 전체 성인의 7.5{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한창 일 할 나이인 30~40대 성인중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만도 6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늘어나는 사교육비나 자녀결혼비용 부담 또한 부모들의 노후를 위협하는 자녀리스크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자녀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켜 일류대학에만 보내려 할게 아니라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확실하게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경제적 자립교육을 시키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평생 누군가에게 얹혀서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최근들어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재테크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물론 자녀들에게 올바른 경제·금융교육을 시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진정한 경제적 자립이란 돈을 버는 능력의 배양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경제적 자립이란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 자신을 맞추어 넣는 능력을 기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절약’이다. 자산관리 강의를 하면서 절약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돈 버는 방법이나 주식 대박종목 하나쯤 골라줄 것을 기대하고 왔는데 절약을 하라니, 세상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난 30~40년 동안 우리가 고성장시대, 아주 특별한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아낀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우리에게 낭비요인, 거품요인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신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맞춰 사는 방식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된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유명한 교수 한 분을 만난 일이 있다. 이분의 외동딸이 그 해 봄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때까지 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괜찮은 대학을 나왔고, 유명한 교수님이 어디에 한번만 부탁을 하면 안될 것도 없는데 안한다는 것이다.
“재수를 해서라도 네 힘으로 들어가라”고. 자기 딸이 용돈이 궁한 것 같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참고 참는다고도 했다. 결핍에 적응하는 방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자립정신 부족을 한탄하지만 그 책임의 대부분은 이런 절약교육을 시켜오지 않은 부모세대들에게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지출금액은 자신의 의사만으로 관리를 할 수 있지만 금리나 주가 등의 자산가격은 그 누구도 관리를 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수입도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관리가 쉽지 않다. 자신의 힘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지출금액 정도이다.
‘절약’은 중요한 투자방법이기도 하다. 절약을 할 수 없다면 가장 투자성과가 높은 상품을 내다 버리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10만원을 써야 할 일이 생겼을 때 9만원으로 그 일이 끝났다면 그 순간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에 비해 10{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 수익률을 높인 결과가 된다. 리스크를 지지 않고 이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은 어디에도 없다. 금리나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든 상관이 없다. 절약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운용 방법인 것이다.
절약이 이렇게 효과적인 투자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습관화된 생활수준을 낮추어 절약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상상 이상의 고통이 따른다. 이 때문에 생활수준을 낮추는 노력보다는 먼저 수입을 늘리는 방법, 그 중에서도 단기 재테크로 생활비를 버는 방법에 관심을 갖기 쉽다. 그러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단기 재테크로 돈을 번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십수 년 전, 일본 도쿄의 서점에서 절약에 관한 책들이 다수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아니, 돈 버는 방법에 관한 책은 없고 쪼잔하게 웬 절약에 대한 책들만 있는거야?’ 이런 생각을 한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 서점에 가도 ‘여자의 습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120만원으로 한달 살아보기’와 같은 절약 관련 서적들이 다수 놓여 있다. 선진국이 걸어간 길을 우리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가면 갈수록 절약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자신을 맞춰 넣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의식의 자립’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식의 자립이란 진정한 자립의 걸림돌이 되는 세상의 그릇된 풍조나 관습에 자신의 의식이 종속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그릇된 체면문화가 지배를 하고 있다. 중산층의 기준을 봐도 아파트는 30평 이상, 자동차 2000cc 이상, 예금잔고 1억원 이상, 해외여행 연 1회 이상 등과 같이 남의 눈을 의식한 기준이다. 반면에 지금 선진국에서는 작은 집 갖기 운동 즉, 스몰하우스 운동이 일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이 갑자기 고급 대형 자동차를 사면 졸부 또는 깡패가 아니냐고 비웃음을 살 정도라고 한다.
선진국에서 중산층이라고 하면 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페어플레이를 할 것, 정기적으로 비평지 하나 정도 받아볼 것 등과 같이 ‘내면이 성숙한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녀에게 경제적 자립교육을 할 때 우리나라 부모들이 참고로 해야 할 사례가 아닌가 여겨진다.
(본고는 트러스톤 연금포럼 강창희 대표가 EBN에 5월 26일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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