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를 떠올릴 때 왜 그토록 당연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지 아쉬워할 때가 많다. 그러나 지금 당장이라면 어느 누구도 투자를 시작하라거나 이익을 실현하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기 어렵다. 투자가 불로소득이나 손쉬운 일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유일하게 자신 있게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 경우는 내 책임 하에 내 돈을 투자할 때가 아닐까 싶다.

거침없던 주식 시장의 상승세가 요즘 다소 주춤해진 것 같다. 이런 시기가 되면 투자자의 마음은 바빠진다. 지금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래의 투자수익률이 크게 바뀔 것 같아 조급해진다. 투자는 생산적이라는 점에서 도박과 구별되지만 심리 상태가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장기투자를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고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대전제는 옳다고 믿는다. 반면 투자자의 심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아서 묵묵히 장기로 투자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마 투자자가 가장 좌절할 때는 오랜 기다림 끝에 수익을 얻어 성취감을 느낄 만 할 때 갑작스런 시장 하락으로 기껏 얻은 수익을 다 까먹고 원금마저 크게 잃을 때가 아닐까? 꽤 내공이 깊은 투자자라도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심기가 상해 아예 시장을 떠나기도 한다.

자신의 멘탈을 냉정하게 평가해 보고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베팅(betting)보다는 재조정(rebalancing)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주식형펀드, 하이일드펀드, MMF(Money Market Fund)를 투자자 본인의 성향에 따라 적절한 비중으로 나눠 보유하고 재조정 주기를 정한다. 주기가 되어 재평가를 하면 십중팔구 애초의 비중이 흐트러져 있을 것이다. 이때 수익이 난 펀드를 매도하고 그 자금으로 손실이 난 펀드를 매수하여 처음과 같은 비중으로 되돌린다. 이와 같은 재조정 과정을 기계적으로 단순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 이 전략은 도중에 수많은 유혹에 시달리겠지만 굴하지 말고 처음 정해 놓은 주기와 비중을 지키며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대박을 기대하기보다는 작은 수익이라도 꾸준히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재조정 주기를 길게 잡을수록 고수익 고리스크를, 짧게 잡을수록 저수익 저리스크를 추구하게 된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재조정 주기가 무한대로 길어지면 바로 장기투자가 됨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장기투자는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에 웬만한 투자자는 끝까지 견디지 못하고 섣부른 결정을 하기 쉽다.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예측하려고 하기 보다 자신의 그릇에 맞는 전략을 취하는 편이 낫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구위원 지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