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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디폴트옵션과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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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12-02 | 작성자 | 관리자 |
근로소득자가 매달 받는 월급만큼이나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직장을 옮길 때 받는 퇴직금입니다. 1년간의 근무기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근속연수에 퇴직 전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을 수령하게 됩니다. 기존 퇴직금제도에서는 퇴직금재원의 관리와 지급의 책임이 기업에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이 도산할 경우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기업이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와 계약을 맺어 퇴직금재원의 관리와 지급을 맡기는 것입니다. 근로자는 퇴직 시 퇴직금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확정급여(DB)형일 경우, 퇴직금재원이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되는 차이만 있을 뿐 기존 퇴직금제도와 같이 사전에 정해진 금액을 받습니다. 근로자가 크게 신경 써야 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반면, 확정기여(DC)형은 연 1회 이상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의 금액을 미리 받아 근로자가 자기책임으로 직접 투자하고, 퇴직 시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퇴직금을 받습니다. 확정기여(DC)형은 개인이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지는 만큼 근로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자산 대부분은 원리금보장상품에 편중되어 투자되고 있습니다. 운용수익률이 낮아 노후자금으로 활용되기에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이해와 투자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근로자가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퇴직연금 선진국에서는 가입자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디폴트옵션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제도는 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상품을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사전에 지정된 상품에 가입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12월부터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가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가입자에게 제안하는 대표상품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가입자가 가입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디폴트옵션과는 다릅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보다 안정적인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디폴트옵션제도 도입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퇴직연금제도의 계약형 지배구조를 기금형으로 바꾸자는 논의 역시 연금자산 위탁 과정에 있어 연금수급자인 근로자의 의견을 보다 반영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계약형 지배구조입니다. 이는 기업이 퇴직연금사업자(금융회사)를 선정해 양자간 계약을 맺는 방식입니다. 연금사업자 선정부터 운용지시까지 근로자의 직접적인 참여가 불가능합니다. 반면 연금사업자(금융회사)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훨씬 큽니다. 자산운용 전문성이 부족한 기업은 연금사업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 쉽습니다. 게다가 상호간 감시역할을 해야 하는 자산관리업무와 운용관리업무를 동일한 연금사업자가 수행하는 계약체계가 보편화 되어 있는 탓에 연금사업자(금융회사)의 이익과 연금수급권자(근로자)의 이익이 상충될 경우, 수급권자의 이익이 최우선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대리인 문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와 기업이 합의해 별도의 독립된 연금기금의 운용을 신탁법인이 직접, 또는 연금사업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입니다. 근로자, 기업, 외부전문가 3자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를 만들어 기금운영정책을 결정하고 연금사업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전문성을 더할 수 있습니다. 자산관리업무와 운용관리업무도가 분리되어 계약형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리인 문제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금형제도 역시 운영주체에 따라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구분됩니다. 확정급여(DB)형은 기금운용위원회가, 확정기여(DC)형은 근로자(연금수급권자)가 운용을 맡습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정책 결정에 전문가의 의견이 포함되기 때문에 운용의 전문성 강화를 통한 수익률 제고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확정기여(DC)형의 경우, 기금운용위원회의 역할은 기업의 적립금 납부 여부를 확인하고, 근로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라인업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데에 있습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필요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상품 라인업(디폴트옵션 포함)을 근로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연금사업자의 감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근로자의 연금자산에 대한 보호장치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금형방식은 계약형에 비해 별도의 법인과 기금운용위원회 운영 비용이 요구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계약형 방식을 선택한 까닭도 비교적 단순한 운용과정과 적은 비용 때문입니다. 만약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통해 운용수익률이 크게 제고되지 않는다면, 기금형 방식의 효용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기금형 방식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인력의 양성과 효과적인 관리감독체계 도입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현행 퇴직연금제도는 도입 이후 꾸준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가입률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운용수익률이 문제되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디폴트옵션제도 등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배구조를 통해 가입자(근로자)들의 소극적인 운용과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다만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도입 이전에는 충분한 검토와 설계를,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근로자와 기업의 부족한 운용전문성이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투자교육 역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해외의 연금선진국에서 근로자 책임의 퇴직연금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 근로자와 기업, 퇴직연금사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연금포럼 주임연구원 송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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