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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삶의 해피엔딩을 위한 엔딩노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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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03-18 | 작성자 | 관리자 |
최근 일본에서 슈-카츠라는 말이 유행이다. 종말활동의 줄임말인 종활(終活)을 이르는 말이다. 구직활동을 뜻하는 취활(就活, 취업활동)을 흉내 낸 말로 2009년 주간 아사히에서 처음 쓰였다. 장례식, 무덤, 유언 정리부터 신변정리까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는 다양한 활동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well-dying(웰다잉),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삶의 마무리 작업 정도가 될 수 있다.
‘종활’은, ‘죽음’을 언급하는 것 조차 터부시 해왔던 과거와 달리, 죽음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현재를 더 잘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길어진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 국가이다. 2018년 9월 기준 70세 이상 노인이 일본 총인구의 20{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를 넘어섰다. 2차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에 접어들며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65세인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늦추려는 움직임도 이미 시작되었다. 노후가 길어진 만큼 그 시간을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필수가 되었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에 대해 미리 준비해 노후의 불안을 해소하고 현재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살아가자는 생각이 늘고 있다.
두번째는 죽음의 개인화이다. 핵가족화와 독신가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죽음이 가족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변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 후 주위의 사람이나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준비해두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종활에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엔딩노트를 작성하는 것으로 종활을 시작한다. 엔딩노트는 가족 등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 후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정보를 기록해 두는 노트이다. 간단한 안부 인사부터 재산 상속에 대한 내용까지 자유롭게 적을 수 있다. 다만 유언장처럼 법적 효력을 갖는 문서는 아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참고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하면 된다.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해 주었으면 하는 친구나 지인의 이름을 적기도 하고, 중요한 물건을 보관한 장소나 재산에 대해 기록한다. 원하는 장례식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해서 적을 수도 있다. 형식이 자유로워 부담 없이 쓸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의 노년층뿐만 아니라 40-50대 세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 일본에서는 <엔딩노트>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스나다 마미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 스나다 도모아키를 직접 촬영한 작품으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엔딩노트를 작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스나다 도모아키 씨가 쓴 내용에는 ‘손녀들 머슴 노릇 실컷해주기’나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과 같은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부터 ‘평생 찍어주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와 같은 작은 일탈도 포함된다. 그는 스스로와 남은 가족들을 위해 엔딩노트를 작성하고, 이를 가족과 함께 실천해나가며 결코 긍정적일 수는 없지만 세상과의 이별을 두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2018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 비율이 20{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는 2025년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2060년이 되면 인구고령화율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사회에 죽음에 대한 준비는 아직은 낯선 일이지만, 일본처럼 일상으로 여겨질 시기도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스나다 도모아키 씨의 엔딩노트는 결코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처럼 자신의 삶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슈-카츠(종활)을 미리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연금포럼 주임연구원 송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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