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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과 투자를 배워라!
제목 | 국민연금이 폰지(Ponzi)사기가 되지 않으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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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8-22 | 작성자 | 관리자 |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대다수가 국민연금의 의무적 가입에 거부감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사실 가장 공정하고 논란의 소지도 없는 노후 대비 방법은 그들의 주장대로 각자 알아서 준비하는 방식일 것이다. 각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기면 국민은 불만이 사라지고 정부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준비를 했든 못했든 본인이 그 대가를 치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유추해 보면 강한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연구원의 2018년 1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노후준비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 시민 중 현재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가구는 49.9{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에 불과하다. 이들 가구의 노후 생활자금 준비 방법을 물었더니 1순위 기준으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49.5{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로 가장 높았다. 범위를 1~2순위 합계로 넓혀봐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70.7{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로 확고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른 여러 조사를 참고해 봐도 결과는 대동소이하며 국민의 노후 준비에 가장 큰 버팀목이 되는 것이 놀랍게도 국민연금임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우리의 노후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결국 각자의 형편에 맞춰 노후를 대비하는 자율적인 방식으로 변모해 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아직은 노후를 대비하는 사람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며 그 나머지가 복지를 끝없이 요구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다. 정부로서는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저항이 심해도 국민 노후에 최소한의 생계비용을 지급할 만큼은 강제로라도 걷어 재원을 마련해 둬야 한다.
이처럼 강제로 징수하는 까닭에 도입 초기 국민연금에는 ‘사적연금보다 후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컸나 보다. 자유로운 의사로 가입한 사적연금보다 국민연금의 조건이 나쁘다면 가입자를 납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걷는 돈보다 주는 돈이 많은 헤픈 구조는 결국 기금의 고갈이라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 이것이 연금개혁의 원인이 된다. 당장 조건이 불리하게 바뀌는 기존가입자도 화가 나겠지만 이 문제의 진정한 당사자는 국민연금에 앞으로 가입할 신세대다.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세대가 많이 내고 적게 받는다. 세대 간의 부조라는 의미를 두지만 그 정도가 심한 것이 문제다.
국민연금을 시급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거부할 수 없는 당위성이 있다. 개혁을 진행하면서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 군인·공무원·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는 돈에 대해 받는 돈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익비를 봐도, 현역 때 받던 월급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는지를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을 봐도, 직역연금은 국민연금 대비 월등하다. 직역연금의 연금기여율이 국민연금에 비해 더 높기 때문에 많이 받는다고 하나 이 또한 특혜다. 직역연금은 가입자에게 절대 유리한 조건이어서 더 많이 납부할수록 가입자에게 더 큰 이익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직역연금은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약해 고소득자라도 특별하게 불리할 것도 없다. 훨씬 유리한 조건의 직역연금의 개혁은 미진한 가운데 국민연금의 개혁은 가혹하게 이루어져 왔다. 반드시 직역연금의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개혁이 돼도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 형평성에 대한 분란이 끝없이 반복될 고질적 문제이므로 결국 둘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소득재분배 기능의 완화가 필요하다. 국민연금공단의 2018년 예상연금액표로 계산해 보면 매달 30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와 매달 3만원을 낸 가입자의 30년 후 연금수령액이 3배도 차이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소득재분배는 대승적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고액납부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낄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부터 이미 하위 70{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의 노인에게 세금을 재원으로 한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짐작하다시피 이 세금 역시 고액납부자가 크게 기여했을 터다. 이미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수준을 낮출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미약한 직역연금과 통합을 고려해도 이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 연금은 세금이 아니다.
셋째,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의 구조와 재정 현황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세대 및 제도 간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거나 조만간 연금을 받을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민연금제도 존속의 무거운 짐을 진 신세대에게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중요한 논의에서 신세대의 의견을 구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 신세대는 국민연금을 완전히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혁이 늦어질수록 신세대의 손해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조금 양보함으로써 더 크게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연금공단의 절박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익률을 조금만 높일 수 있어도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노력도 없이 세입을 늘리거나 세출을 줄여 고갈 시기를 늦춰 보자는 생각은 당장 곤란한 상황을 모면해 보겠다는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
최초 가입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해 나중 가입자의 원금을 남용하는 것이 폰지(Ponzi)사기다. 본질적인 문제를 수술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폰지사기와 다를 것이 없게 된다. 국민연금 개혁의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서 아무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피할 곳은 이제 없다.
(연금포럼 연구위원 지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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