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포럼 뉴스 받아보기
이메일을 입력하신 후 신청하기를 누르시면
연금포럼의 새로운 소식을 전달해드립니다.
행복한 100세를 위해
연금과 투자를 배워라!
제목 | [액티브시니어] 손주돌보기에 푹 빠진 곽규담 선생님 ③ | ||
---|---|---|---|
작성일 | 2018-04-16 | 작성자 | 관리자 |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부모의 손주 양육을 권장하는 사회분위기도 있다. 일본에서는 3세대 동거 주택을 장려해 세제상 혜택을 준다고 한다. 실제 손주를 돌보고 있는 곽규담 선생님은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일반적인 얘기입니다만,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이 모두 도와주어야 가능한 부분이 많아요. 제 지인이 이사를 갔는데 그 동네에 국∙공립 보육시설이 없어서 비싼 돈을 주고 사립 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프로그램에 큰 차이도 없는 데 말이죠. 반면에 제 아들이 사는 동네는 아파트마다 보육시설을 몇 개 이상 갖추도록 하고 있대요.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런 부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일본의 3세대 동거 주택 제도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 주위에도 그렇게 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주로 자녀 부부가 친가나 시가 쪽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고, 앞서 말한 제 친구의 경우처럼 조부모가 전세를 얻어 근처로 가기도 하죠. 아이들 등교를 시키려면 가까이 사는 것이 좋아요. 같이 살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고,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 내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 거죠.
주거 단지 내에 양로원이랑 보육원을 같이 운영하면 좋겠다는 말도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조부모가 가까이 살며 손주도 돌보고, 노인들간 생활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손주만 돌보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요.”
곽규담 선생님은 아들 부부가 자신들의 힘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 때까지는 손주들을 돌보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약 3~4년 정도가 남은 셈이다. 멀지 않은 시간이다 보니 아내와 함께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자는 작은 계획도 세워 두었다. 차를 마련해 국내 방방곳곳 맛 기행을 다녀볼 예정이다.
“손주를 돌보지 않았더라도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을 하지는 못했을 거에요. 남은 인생을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고 싶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퇴직 후 몇 년 동안 부동산 중개 일을 하며 느꼈는데, 자기 나이마다 주어진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일을 시작한 게 56세였는데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보니 제가 제일 나이가 많더라고요. 심지어 저 다음이 40대 초반이었어요. 왜 그런가 살펴보니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경쟁시장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더 경쟁력이 있더라고요. 나이 든 사람을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요. 물론 존경 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어른들이 많아서 젊은 사람들이 꺼리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주역이 되어 제가 빛이 나는 일을 하기 보다는 젊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무조건 대접받기를 바라면 안 되잖아요.”
자녀와 갈등 없이 손주를 돌보는 방법
곽규담 선생님에게 손주 양육이란 부모이자 어른으로 갖는 일종의 책임이자 의무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가 없이 달가운 마음으로 오랜 시간 손주들을 돌볼 수 있었다. 우리의 수많은 부모들도 같은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자녀들에 대한 서운함이다.
“금액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조부모가 감사의 표시로 약간의 수고비를 받는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양육비를 목적으로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거의 없을 거에요. 요즘은 부모 자식 간에도 정확한 금액을 정하고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조금 과하지 않나 싶어요. 아이를 돌보며 생기는 귀책사유를 부모와 자식 간에 냉정하게 따지려는 건 아니잖아요. 왜 계약서를 쓸까 생각해보면 서로 서운한 게 있어서가 아닐까요? 부모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내가 고생하는 것을 자녀들이 알아주기만 해도 충분해요. 그게 중요하죠. 저희 부부는 부모로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여러 제약을 감수하고 있는 거잖아요. 이러한 부모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자녀들도 많아요. 그러면 서운할 수 밖에요.”
곽규담 선생님의 가족이 오랜 시간 큰 갈등 없이 손주들을 돌볼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역할을 분명히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되 그 한계를 과감히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손주 양육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분들이나 손주를 돌볼 예정인 분들이 주의 깊게 들어봐야 할 내용이다.
“부모가 고생하는 것을 자녀가 모두 알아주는 것은 아니에요. 어느 정도의 수고가 들어갔는지 모르겠지요. 그렇다고 생색을 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내가 부모로서, 조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자는 마음이죠. 다행히 아내도 제 뜻을 잘 따라주었어요. 손주들에게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돌봐주었다고 나를 특별하게 여겨달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봐요. 저만 해도 어릴 때 방학만 되면 할아버지 집에 가서 살았어요. 그렇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몇 번이나 할아버지를 떠올렸나 싶어요. 나도 못하는 것을 손주들에게 기대할 수 없죠. 손주들에게 부모의 역할을 하려고 들면 불가능할뿐더러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에요. 부모와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죠. 그래야 서운함 대신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할머니도 아닌 할아버지가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손주를 돌본 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갓난아기를 돌보고 사춘기 손주들의 투정을 듣는 모든 일들이 육아 초보인 할아버지에게 얼마나 낯선 일이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규담 선생님은 자신이 힘든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손주, 자녀, 아내, 모두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을 뿐이라 했다. 진심으로 하늘 같은 어버이의 은혜였다.
어느덧 조부모의 손주 양육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핵가족화로 해체된 가족의 재결합이며, 세대갈등을 줄일 수 있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만능 해법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당연한 부모의 희생에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곽규담 선생님이 전해준 부모로서의 책임, 사회의 어른으로서의 의무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연금포럼 주임연구원 송아름)
Retouch by ITSSUE, 워드프레스 전문가그룹 http://it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