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언제, 어떻게, 누구와 함께 등 수많은 질문이 떠오를 겁니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오래’ 살기를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해진 지금, 사람들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거나 표현할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주어야만 하는 환경에서의 단순한 생명연장이 무의미해진 것입니다. 단순히 오래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오래 살기를 바란 것이니까요.

최근 3개월간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도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죽음을 앞둔 환자가 연명의료의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법률입니다. 더 이상 치료를 통한 회복이 불가능하고 증상이 악화되고 있는 환자가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았을 때, 치료효과 없이 생명유지 기간을 연장하는 치료를 환자 의지에 따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을 포함합니다.

내년 1월 15일까지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은 1)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과 2)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2개 분야로 시행됩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현재 투병 중인 말기∙임종기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 개인은 연명을 위한 의료행위를 거부하고 어떤 죽음을 맞이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중요해진 것이 호스피스 서비스입니다. 호스피스는 수명 연장에 목적을 둔 치료보다 고통을 덜고 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케어(care)’를 의미합니다. 환자가 죽음만 기다리며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합니다. 일반병동과 달리 편안한 분위기를 갖추고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며 음악∙미술치료 등 심리안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가족 등 주변사람들과의 교류도 가능합니다.

아직까지 호스피스 서비스가 환영 받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호스피스 입원 권유가 최후 통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치료의 포기이자 불효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정확한 병명과 상태를 알지 못한 채 입원하는 환자도 많습니다. 심지어 호스피스를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국내에 호스피스 병원이 등장한 것은 5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도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영향이 큽니다. 의료진이 가정에 직접 방문하는 가정형 호스피스는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고, 일부 종합병원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은 이전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입원 전에는 호스피스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지만 막상 와서 지내보니 오히려 두려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잠시나마 통증을 잊고 지나온 시간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습니다. 가족들에겐 이별을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홀로’가 아닌 ‘함께’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는 것입니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두렵지 않은 것도 아닐 겁니다. 다만, 죽음의 순간을 두려워하며 버텨나가기보다 남은 시간을 더 값지게 보내려는 마음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마지막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연금포럼 연구원 송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