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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100세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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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웰다잉(well-dying)을 아시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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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3-18 | 작성자 | 관리자 |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골든타임’이 있다
성공한 인생을 산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쉽다.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정확하게 사리 판단을 하고 현명하게 결정할 거라 믿는다. 그러나 누구도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당연한 진리임에도 육체와 정신이 노쇠화하는 현상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결정하기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 아닐까?
100세 시대가 오면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well dying)이 보람 있게 사는 것(well being) 못지 않게 중요해지고 있다. 평안하고 품위 있게 이 세상을 뜨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최신 의학의 발달로 인해 생물학적 수명을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미 없는 연명이지만 본인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안락사를 금기시하는 우리의 법률 환경 때문에 아무도 결정할 수가 없게 된다. 어쩌면 장비에 의해 연명하는 본인이 큰 고통을 느끼고 있을는지 모르는데도 말이다.
의미없는 생명연장은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
2010년 1월 10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한 김모 할머니가 사망했다. 가족들의 요청으로 인공호흡 장치를 제거한지 201일 만의 일이다. 향년 78세인 김 할머니는 지난 2008년 폐암으로 입원해 검사를 받다가 뇌손상을 입고 의식 불명 상태가 됐었다. 가족들은 김 할머니가 평소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했다며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살아있는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 판결에 따라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가 제거됐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이후에도 예상과 달리 200일을 넘게 생존하여 또 한번 유족과 병원 측이 서로 얼굴 붉히는 분쟁을 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대법원은 치료에 관한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를 끝내기 위해서는 “환자의 합리적인 치료중단 의사”가 사전에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의거하여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양식의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면 된다(사단법인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http://sasilmo.net). 이를 작성해 두면 담당 의사도 법적인 책임 때문에 맹목적인 생명 연장 지시를 해야 할 부담을 덜 수 있고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막을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가족들의 고통도 덜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의사표현을 해놓음으로써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은 고인이 된, 명망 있는 의사였던 고(故) 홍성훈 원장은 2012년 건강검진에서 위암이 간으로 전이된 상태라는 진단을 받자 자신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후 지인들에게 직접 전화해 자신의 뜻을 알렸다고 한다. 후배들은 평소 사진 촬영을 즐긴 홍 원장을 위해 부랴부랴 사진전을 마련했고, 그는 이 자리에 참석해 가까운 이들 한 명 한 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자신의 장례식에 올 조문객을 미리 다 만난 셈이 된 것이다. 이후 암 진단을 받은 지 한 달째 되는 날 홍 원장은 자택에서 잠든 상태로 편안히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된 2008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장기요양등급 인정을 받고 숨진 27만여 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등급인정 후 사망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16일이었고 사망장소는 의료기관 또는 사회복지시설이 73.6{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으로 압도적이었다. 자택은 22.0{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에 불과했고 병원 이동 중 사망한 경우도 4.2{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나 된다. 정든 가정이 아닌 낯선 장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인 현실이다.
끝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5가지 자세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평소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죽음이 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고 품위 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
2. 사랑, 감사, 용서의 감정이 필요하다. 이를 실천하며 살면 임종 때에도 아름답고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3. 심각한 상태라면 환자와 가족이 그 사실을 공유해야 한다. 특히 환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
4. 의료진과 환자 가족은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해야 한다. 무의미한 치료를 고집하여 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도 신뢰 부족으로 생기는 일이다.
5. 시한부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몇 개월이라는 말에 집착하는 것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마지막 시간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의미있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사람이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 품위 있는 죽음을 맞기 위해 필요한 건 지금 그것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이 되어야 하겠다.
(연금포럼 연구위원 지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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