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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액티브시니어] 여행전문가 정강현 회장 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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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2-23 | 작성자 | 관리자 |
후반인생을 의미 있게 살고 있는 액티브시니어들의 이야기
정강현 금융투자협회 동우회 회장
무더위가 한창이던 2016년 7월, 은퇴시기를 훌쩍 넘긴 60대 후반 남녀 고교동기 30여명이 양평 두물머리와 세미원 구경을 나섰다. 이 모임의 리더는 금융투자협회 동우회 정강현 회장. 365일 일만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금융맨이 친구들의 여행을 돕는 여행전문가가 된 것이다. 퇴직 후 동문 카페에 여행 모임 ‘여유회’를 만들어 방방곡곡 여행을 다닌 지도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정강현 회장의 저서 <문명의 흔적에서 삶의 허기를 채우다>
60대 부부의 실크로드, 티베트, 몽골, 인도, 터키ㆍ그리스 여행기
정강현 회장은 또 지난 2012년 자신의 여행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친구들을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행을 직접 기획하기도 하고 어린 손자와 단둘이 유럽 여행을 가기도 한 베테랑 여행가이다. 현역 당시 출장 경험을 바탕으로 부인과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첫 계기였다는데, 은퇴 후 어떻게 여행전문가로 살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리 계획을 해두고 시작했던 일은 아닙니다. 1973년 처음 증권업계로 발을 들인 것도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영화를 전공하고 벤처사업을 시작했지만 1차 오일쇼크로 크게 실패를 맛봤습니다. 당시 일간지에 실린 증권협회 채용소식을 친구가 전해준 것이 업계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후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며 은퇴 후에 시간과 여유가 있으면 여행이나 해볼까 정도의 막연한 생각만 했을 뿐이죠.”
“아마 아버지께 물려받은 여행 DNA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젊은 시절 만주에서 살다 해방 후 고향에 정착하신 아버지는 그 시절 우리 형제를 데리고 종종 여행을 다니셨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할수록 여행을 시켜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시골 장터에서 빌린 작은 트럭에 이웃 친구들까지 태워 여러 곳을 구경 시켜주시곤 했지요. 가족 그리고 주변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즐거움을 아마 이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아닐지라도 제 몸 속에 아버지의 여행DNA가 흐르고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며 산다. 무료한 일상에 주어지는 선물 같은 이 시간이 정 회장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저에게 여행은 ‘대책 있는 일탈’입니다. 사는 게 힘든 사람도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꿈 꾼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뻔한 일상을 탈출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값진 것이겠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 정신건강에도 좋고, 특히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면 부부관계도 좋아질 수 있으니 보약 같은 시간입니다.
특히, 제 경우에는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일, 회사에 집중하며 무한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자연스레 부부간의 대화가 줄어들고 주로 필요에 의한 대화만 나누게 되더군요. 은퇴 후에야 비로소 부부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죠. 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도 치유할 수 있었고 소통의 방법도 배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젊은 시절 가족을 돌보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2016년 여름, 양평에 모인 정강현 회장과 고교동창
손자와의 유럽 여행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던 시간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할아버지의 로망과 달리 손자와 함께하는 여행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손자의 관심은 할아버지의 관심과 전혀 달랐고 지쳐있는 손자를 달래는 방법에 서툰 할아버지는 난감했다.
“아이가 생각한 가족은 제 기준의 가족과 다르더군요. 아이에게 가족은 같은 집에 살며 같이 대화하고 식사하는 부모와 동생까지였습니다. 그 속에 할아버지는 없었죠. 처음엔 무척이나 서운했지만 아이의 말이 옳다고 여겨졌습니다. 대가족시대에 살던 저와는 전혀 다른 핵가족시대가 확실하게 도래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손자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무리 손자가 저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아도 제가 손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내리사랑뿐 이니까요.”
정 회장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만 여행하지 않는다. 패키지 여행상품도 드문 중앙아시아로 불쑥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다양한 여행지를 다녀본 여행 전문가 정 회장이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를 맞이한 분들께 특별한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고 싶어하는 유럽보다는 인프라 개발이 덜 이루어진 곳으로 여행을 가보세요. 여행에 가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유적, 즉, 과거 사람들의 흔적인데요. 아무래도 유럽은 이미 오랜 시간 관광지로 개발되며 여행을 다니기에 편해졌습니다. 그만큼 역사가 남긴 흔적이 조금 지워졌다고도 할 수 있겠죠. 반면, 제게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인 티베트는 아직도 원시적인 인간의 삶과 유적들이 온전히 남아있는 곳입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설산아래 노란 유채꽃과 초록의 들판. 조금 불편한 잠자리에서 잘 수 있고 많이 걸을 수도 있지만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의미 있는 여행을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역사에 유독 관심이 많은 정 회장은 여행 전 역사공부가 필수라고 한다. 특히, 피지배국의 누락된 역사가 최고 관심사다. 과거 토번국 시절 당 태종에게 까지 위협하던 위세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으로 잊혀진 티베트가 그에게 특별한 이유도 이와 같다.
“티베트의 시가체 마을의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구걸하던 티베트의 어린 아이들을 보며 사라진 역사의 슬픔이 느껴지더군요.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강력한 힘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는 소수민족을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들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습니다.”
#1 정강현 금융투자협회 동우회 회장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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