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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소유에서 공유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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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9-28 | 작성자 | 관리자 |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국민대차대조표 작성 내용을 보면, 우리 가구당 자산의 4분의 3 가량은 집, 토지 등에 몰려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가구당 보유 순자산 규모는 3억6152만원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3.9{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 동안의 학습효과와 저금리 기조 때문인지 부동산 투자에 대한 환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공적∙사적 연금 자산이 충분치 않은 한국의 시니어들은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서 수익형 부동산을 우선 순위에 둔다.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5{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도 결코 작아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자본이 넉넉하다면 내 돈으로 투자하면 되지만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채무는 지렛대로 작용해 리스크가 상당히 큰 투자가 된다.
사실 부동산에 투자할 때의 시니어세대의 목표는 조금 달라야 한다. 큰 수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 집의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급격히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다. 분에 넘치는 비용을 들여 소유하는 것보다 나눠 쓰는 것이 유리하다는 자각에서 비롯되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공유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셰어하우스(Share House)도 한 사례다. 여행객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일시적 숙박공간 공유 외에도 호스트와 게스트가 협력적으로 동거하는 장기적 공유 방식도 있다.
비영리단체인 뉴욕시니어재단(NYFSC)은 1981년부터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공유주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은퇴한 76세의 싱글 여성인 Y씨는 지난 30년 동안 맨하탄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거주해 왔다. 최근 세입자가 새로운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면서 곤란을 겪고 있는데 그녀의 소득으로는 아파트를 유지하기에 충분치 않아서다. 이를 알게 된 시니어센터의 사회복지사는 Y씨에게 공유주택 프로그램을 권유했다.
64세의 사무직 근로자인 C씨는 인디애나에서 맨하탄으로 이사한 후 딸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임시로 살고 있다. 그녀 역시 사회복지사의 권유로 뉴욕시니어재단의 공유주택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다. 뉴욕시니어재단은 그 동안 쌓인 노하우와 각종 기법을 활용하여 Y씨와 C씨의 필요, 성향, 그리고 관심사 등을 분석한 결과, 그들이 주거시설을 공유함으로써 상호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사전 만남에서 Y씨와 C씨는 즉각적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공통 관심사에 대한 대화로 시작하여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C씨는 아파트를 둘러본 후 매우 만족해하며 Y씨의 집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하였고 거주 비용으로 한 달에 800달러씩 지불하기로 하였다. Y씨는 추가 소득으로 재정상황이 나아져 마음이 편해졌고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 C씨는 적은 부담으로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클래식음악, 문화생활, 독서, 바느질 등 취미가 비슷한 새로운 친구와 함께 살게 되어 적적함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중년층 또는 노년층 간의 주택공유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호주의 셰어하우스 사이트 flatmates.com에 의하면, 40대 이상 중년층 인구의 주택공유는 작년 대비 20{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가 증가했다. 특히 60~64세 연령층의 증가율은 무려 43{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에 달했다. 금전적∙물질적 이익뿐 아니라 셰어하우스를 통해 시니어와 주니어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호주의 한 30대 싱글맘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는 거주 공간을 찾고 있었다. 반면 한 노년 부부는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유일한 재산으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했다. 이들은 셰어하우스 사이트를 통해 연결될 수 있었다. 노년 부부는 싱글맘에게 필요한 아이 양육과 안락한 거주지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필요한 생활비를 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세대의 사람들은 각기 다른 것을 필요로 하며, 셰어하우스는 이러한 ‘니즈’를 ‘집’을 공유함으로써 만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택공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셰어하우스를 선택한 주택소유자의 다음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내 집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은 서로 돕고 사는 것이죠. 그는 나를 재정적으로 돕고 나는 그의 멘토 역할을 즐기고 있습니다. 셰어하우스는 제 삶의 시야를 넓혀 주었답니다.”
남과 함께 생활하는 즐거움보다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주택연금이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자기 집에 홀로 거주하면서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셰어하우스와 달리 사후 집을 상속할 수는 없다. 주인은 반드시 그 집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대상 주택을 이용해 전세 또는 보증금을 받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보증금이 없는 월세를 받는 것은 허용되므로 주택연금과 주택공유를 동시에 활용할 방법은 열려있다.
(연금포럼 연구위원 지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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