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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100세를 위해
연금과 투자를 배워라!
제목 | 하산비용의 의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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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8-26 | 작성자 | 관리자 |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보통 노인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치에서만큼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야 후보 할 것 없이 복지를 앞세워 노인들의 표심을 얻으려 애쓰는 것만 봐도 느낄 수 있다. 선거를 대비한 각 당의 인사에서도 노풍(老風)은 거셌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김종인(76세)씨를 당 대표로 임명했다. 새누리당도 이에 질세라 강봉균(73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노정객들의 현역 복귀는 그 자체로 큰 화제가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노인 정치(gerontocracy)의 시대가 막을 올린 느낌이다. 고령 계층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정치적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번 국회의원 총 선거권자 4210만 중 60세 이상이 1,000만으로 1/4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60세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은 19대 총선에서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18대 대선에서는 무려 80{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에 육박했는데 20대의 투표율이 60{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 중반에 머무른 것과 비교한다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고령층 유권자의 표심은 모든 선거 결과를 좌우할 만큼 위력적이다. 그 뿐만 아니라 추세를 봐도 노령층의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높아질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수적으로 우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장년층도 노인과 이해 관계를 같이 한다. 나이는 늘기만 하지 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비해 훨씬 상황이 절박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선거철마다 복지가 공약의 단골 메뉴가 되는지도 모른다. 국가의 복지 정책 중 핵심이 되는 연금과 건강보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노인인데 문제는 이를 책임질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선심성 복지에 대해 갚아야 할 빚은 전적으로 후세대의 몫이 되는 것이 뻔히 보인다.
젊은이들이 노인의 권력과 복지 독점에 반발을 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최근 평생 독신을 고집하며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은 일종의 신호다. 2005년도 1.08명까지 떨어졌던 합계 출산율은 십여 년 간의 국가적인 총력에도 불구하고 1.3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풍조 때문이다. 이미 2015년 기준으로 한국 여성의 초혼 연령은 30세를 넘어섰다.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이기심을 탓하지만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욕심을 성토한다. 그러나 세대 간의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공멸의 길이다. 일본에서 몇 년 전 ‘하산(下山)의 사상(思想)’이란 책이 발간되어 큰 사회적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은퇴세대와 청년세대를 하산과 등산하는 상황에 빗대어 절묘하게 풍자하고 있다. 여유롭게 정상을 정복하고 흘린 땀의 보상을 충분히 누리며 하산하는 은퇴세대가 가뜩이나 좁고 험해진 등산로를 힘들게 올라오고 있는 청년세대에게 업어달라고 요구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산행을 할 때는 올라오는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하산하는 쪽에서 길을 비켜주어 먼저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은퇴세대가 청년세대를 배려하는 방법은 하산비용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사회적으로 세대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가정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가혹할 정도로 냉정하지만 부모는 자녀에게 지나치게 너그러운 것이다. 내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각오하겠다는 부모가 많아져 자녀를 교육시키고 결혼시키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자신의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9.6{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인데 OECD 34개 회원국 평균 13{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과 비교할 때 4배에 가까운 압도적1위다. 자녀라도 원하는 대로 성공하면 좋을 텐데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 자녀들은 결국 문제 해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의존적인 성인이 되어 실패한다. 사회적으로는 세대 간에 내 몫을 지키려는 전쟁이 벌어지지만, 가정 내에서는 너무 많이 물려주려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어느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가정 내에서도 하산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자녀에게 지출한다면 사회적으로 승자가 없는 세대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연금포럼 연구위원 지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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