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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자녀리스크를 만드는 건 부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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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2-24 | 작성자 | 관리자 |
자식 농사를 잘 지어도 자녀리스크는 생길 수 있다. 순종하는 자녀는 부모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 된다. 자녀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되는 교육비용은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점점 더 늘어나기만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하기도 벅차다. 부모의 소원대로 자녀가 공부를 잘해 해외로 유학을 가고 박사 학위를 따려고 한다 하더라도 그 비용을 부모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면, 그 부모는 노후를 기약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자녀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의 부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자녀가 졸업 후 취직을 해도 뒷바라지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자녀의 결혼 준비 때 혼수 마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하고 심지어 결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AS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젖먹이 손주를 돌보는 것과 영어 유치원 학비를 대는 것도 조부모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자녀 지원을 하다 보니 정작 내 인생은 계획해 보지도 못한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녀에 대한 사랑이 덜 하겠는가. 우리가 이렇게 유난스러운 근본 이유는 자녀와 나의 인생을 동일시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가 실현하는 것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는 자녀의 인생이 있고 나에겐 나의 인생이 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나도 자녀도 제대로 될 리 없다. 한없이 지원받는 자녀는 그것을 고마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부모와 다른 가치관과 목표를 가진 자녀는 부모와 갈등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인간수명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현재 40~60세 중년의 평균 생존연령은 100세에 이를 것 같다. 50세 이후를 ‘여생’이 아닌 ‘인생2막’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 살아갈 날이 남았기 때문이다.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계획 세우는데 게을리 하면 이른바 대책 없는 장수를 맞게 된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기에 먼저 내가 먹고 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크레디트스위스의 2014년 연례 보고서에 의하면 순자산 8억 6천 만원이면 세계 상위 1{853382fb9fed1234c07a338676456f691b244c6a4821bb844c1776e514e2eaae}의 부자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우리사회의 눈높이로는 평범한 노후를 지낼 뿐이다. 내 앞가림도 쉽지 않다는 걸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노후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관계는 부부관계, 다음은 자식과의 관계가 된다. 부부의 관계는 대화가 필요하고 자식과의 관계는 돈이 중요하다. 2007년 숭실대 정재기교수가 부모의 소득과 자녀 접촉 빈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우리는 부모에게 효도하는데 있어서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는 은근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과연 조사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조사 대상국인 세계 27개국 가운데서 한국인이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경향이 가장 뚜렷하다. 충격적인 결과다. 효도에 대한 관념이 희박할 거라 믿었던 프랑스, 영국, 미국인 등의 서구인들은 오히려 부모의 소득과 접촉 횟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노후에 자녀의 얼굴을 자주 보고 싶거든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 놓으시라.
물려줄 것이 있다면 미리 증여하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나와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생각해야 한다. 모든 세금 중 상속세율이 가장 높다. 열심히 일해 모은 재산을 자신을 위해 쓰고 가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선지 요즘 ‘쓰죽회’가 유행이다. 내 재산을 나를 위해 ‘쓰고 죽는 모임’이다. 재산을 자식에게 다 주면 굶어 죽고 조금씩 주면 등쌀에 쪼여서 죽고 안 주면 맞아 죽는다는 우스개가 있다. 어차피 죽을 거 잘 쓰고 맞아 죽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는가. 그래도 실제로 행하려니 망설여진다면 이것도 알아두자. 자식들도 40여 년 동안 부모를 모시며 살고 나중에 늙어 재산 물려받는 것보다 각자 알아서 사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을.
(연금포럼 연구위원 지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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